회식자리나 친구들끼리 술 마시고 난 후 복권을 함께 구입하는 모습들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매한 복권이 당첨이 되었다면 과연 친구와 나눠 가져야 할까요? 내 돈으로 복권을 구매했다면, 과연 친구들와 당첨금을 나눠야 할까요?
친구들과 같이 긁은 복권의 당첨금을 혼자 가지려고 했다가, 고소 당해 형사재판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당첨금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해두고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인 문제 소지가 생겨날 수 있다고 하는데, 로또 당첨금의 법적 기준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인생역전을 위한 한가지 길 로또?

많은 분들은 일주일을 버틸 힘을 더해줄 소소한 재밋거리 정도로 복권을 구매합니다.
이와 같이 복권 당첨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재미 삼아 사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낮다보니까 그냥 생색내는 차원에서 “다음 주에 회사 안 나오면 당첨된 줄 알아라” 혹은 “당첨되면 제가 차 한 대씩은 뽑아줄게” 등 장난 섞인 허세를 부릴 때도 많으시죠?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복권을 살 때 주변에 당첨금을 나눠준다는 말실수를 했다가 정말로 덜컥 1등에 당첨되어버린 뒤 이를 나눠주지 않으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석복권의 경우 타인에게 대신 긁게 시킨 뒤 그 복권이 당첨되어도 이를 복권 구매자가 가져갈 경우 횡령죄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당첨금은 나눠가져야 할까?
실제로 과거 한 남성이 즉석복권을 4장 산 다음에 친구들에게 한 장씩 나눠서 긁게 시켰는데 그 복권이 당첨되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남성은 자신이 복권 구매자이기 때문에 당첨금 4,000만 원을 모두 챙겨갔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친구들 4명이 모여서 놀다가 그중 한 명인 A씨가 돈을 내어 즉석복권 4장을 구입했습니다. 친구들끼리 한 장씩 나눠서 긁어보니 그 중 2장이 각 1,000원에 당첨되었고, 당첨금으로 다시 복권을 사서 그 자리에서 한 장씩 나눠가진 후 다시 긁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친구 두 명이 긁은 복권이 각각 2,000만 원에 당첨되어 버렸습니다.
친구들이 다 같이 기뻐하는 사이, 처음에 복권을 살 때 돈을 냈던 A씨가 슬쩍 복권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혼자 은행에 가서 당첨금을 찾은 뒤, 다른 친구들에게는 100만 원씩만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처음 복권을 자기 돈으로 샀으니 당첨금은 모두 자기가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첨된 복권을 긁은 친구는 A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과연?
처음 복권을 살 때 돈을 냈기 때문에 당첨금을 모두 가지려고 한 A씨의 행동은 범죄가 될까요?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은 “횡령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차지하려고 할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요. 여기서 “다른 사람의 재물”이란 “다른 사람과 자신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재물”도 포함됩니다.
대법원은 사례에서 친구들 사이에는 누가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묵시적 합의란 명시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아 그러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본다면, A씨가 복권을 가져가 받아 온 당첨금은 친구 4명의 공동 소유에 속합니다. 그런데 공동 소유에 속하는 돈을 A씨 혼자 가지려고 했으니 “횡령죄”가 되는 것입니다.
만일 친구들끼리 각자 긁은 복권의 당첨금은 각자 갖는 것으로 하자고 말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런 말을 했다면 당첨금을 나누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죠.
친구들과 같이 복권을 하면서 장난으로라도 당첨금을 나눠갖자고 말을 했거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비추어 다같이 나누어 갖는다는 뜻이 은연중에 드러났다면, 당첨금을 나눠야 할 법적인 의무가 생긴다는 점, 잊지 마세요.